우린 왜 사랑에 빠지고, 또 헤어질까 | ||
[북데일리] 이제 사랑에 대해 좀더 근원적인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사랑에 빠질까? <사랑 다음에도 사랑은 존재하는가>(학지사. 2007)란 책의 저자 Daphne Rose Kingma는 ‘우리의 외적, 내적 발달과업을 완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발달과업’이란 말이 무슨 ‘역사적 사명’처럼 어렵게 들리지만, 그 속뜻은 아주 쉽다. 사람은 평생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 자기정의 또는 자기발견의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사랑’을 ‘relationship’이라고 표현했고, 번역자는 ‘애정’으로 표현했지만, 이해하기 쉽게 그냥 ‘사랑’으로 표현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어쨌든 이 사랑이 우리가 한 사람을 선택하고 선택받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좋은 사랑은 ‘서로가 거의 같은 양의 도움을 주고받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에는 반하지만, ‘마술적 우산’ 아래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외적 발달과업’을 완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변호사 개업을 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주었거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치유해 주었거나. 경제력이든, 외모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이 채워주는 것이다.
‘내적 발달과업’은 무엇인가? 유년기에 겪었던 정서적 결핍이나 정신적 상처다. 이런 것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오빠 같은 ‘남친’을 원하거나, 칭찬해주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엄마 같은 ‘여친’을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랑은 영원할까? 저자는 ‘사랑은 영원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는 신화같은 낭만이 결국은 사람을 황폐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늘 같이 다니고, 같이 식사하고, 영화도 함께 보고, 교회를 같이 가며, 직장에서 힘들었던 일을 함께 나누길 원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알아주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말하자면 ‘자신의 필요와 욕구의 95%가 충족’되기를 상대방에게 바란다.
말하자면 사랑하는 사람이 동료애와 오락은 물론 지적인 자극이 되어 주기도 하며, 성적 만족까지 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누구든 그 모든 것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첫눈에 반해서 그 모든 것을 해줄 것만 같은 상대방도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고, 좋았던 면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겨워지기도 한다. 알면 알수록 실망하게 마련이다.
부부치료 전문가답게 저자는 사랑이 목적을 달성한 이후의 삶, 즉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는 지침을 주고 있다. 사랑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것도 아니고, 또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별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별을 겪고나면 그동안 그 사랑 때문에 챙기지 못했던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조용히 자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별 연습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마음의 정리는 그 상대방과 함께 ‘이별식’을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혼자서라도 이별의 ‘통과의례’를 통해 쌓인 감정을 해소하라는 조언이다.
아직도 지난 사랑에 대한 정리를 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 책에서 권하는 이별 의식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예순이 넘은 사람이 27살에 끝낸 결혼생활에 대한 감정을 해소하려고 진료실을 찾아온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사랑의 상처를 대수롭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자, 사랑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여! 더 이상 그 상처로 아파하지 마시라.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는 말처럼 이제 새롭게 태어난 모습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라. 또 이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겁먹지 말자. 사랑은 영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랑은 끝없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스스로를 채워가는 과정이니까!
(사진 설명 - 영화 <행복>. 간경변인 영수(황정민)와 심장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은 은희(임수정)의 사랑은 ‘치료’와 ‘살아있는 동안의 사랑’이란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별은 그 필요를 영수가 먼저 충족시킨 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새로운 단계의 사랑을 원한 영수이기에 ‘지겨워졌다’는 그의 말은 더 가슴 아프게 이해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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