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無限軌道(무한궤도) ㅡ五十行詩ㅡ

나뭇잎숨결 2007. 7. 2. 21:23

 

無限軌道(무한궤도)

   ㅡ五十行詩ㅡ

 

 

 

박화목(朴和穆)

 

 

     1

사월이 싣고 온 薰風(훈풍)이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히었다.

산 골짝 그늘에 쌓인,

오오랜 傷痕(상흔)처럼 가시지 않던

흰 눈더미들도 녹아내리고,

녹아내리는 물소리는

悲愴交響曲(비창교향곡) 第一樂章(제일악장) 最終(최종)의 小節(소절),

木管樂器(목관악기)의 餘音(여음)처럼

고요히 참으로 고요히

溪谷(계곡)을 울리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2

端正(단정)한, 그리고

곱게 봄치장을 한 사슴 한 쌍이

밟고 간 자욱 아래,

또 落葉(낙엽)이 깔린 흙덩이를 헤치면서

이름 없는 풀 싹들은 솟아나고,

이 어린 植物(식물)들도

創世時代(창세시대)부터의 向日性(향일성)을 이어받아,

하늘을 향하여 저마다 고개를 치어드는 것이고

또 그 하늘에는 낮에 흰 구름

밤에 총총한 별이 빛나고 어느 밤엔,

초생달이 孤獨(고독)의 그림자를 길게 남기고 떨어지는 것이었다.

 

     3

百五十五(백오십오)마일 鐵條網(철조망) 아래도

이름없는 풀의 새싹은 돋아나고 있었다.

불탄 자국, 그 흉한 터전에

다시는 아무 생물도

깃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더니

無限軌道(무한궤도)가 지나간 자리......

머리만큼한 돌덩이들도 산산히 부서진 그 자리에

미운 지렁이조차 그 棲息(서식)을 拒否(거부)하리라 여겼더니

아 이 어찌된 일인가?

소돔城(성)이 허물어져 묻힌 이 곳에 가냘픈

그리고 곱디고운 한 떨기 민들레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4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나오고

  봄은 오고 봄은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봄은 다시 오고......

 

人間(인간)들이 出入(출입) 못하는 禁域地帶(금역지대).

季節(계절)따라 노랑꽃이 피었다가 시들고,

또 수없는 씨앗들이 바람에 날리어 가고

그러노라면,

夕陽(석양)이 나무등걸에 걸려 까마귀는 우짖고,

마침내

우리들의 긴 不幸(불행)의 그림자도 우리 곁에

서 걷히고 마는 것이었다.

 

     5

無心(무심)한 兵丁(병정) 하나이 한 곳에 서서

한송이 민들레꽃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마음 속에는

또한 몇 萬(만)송이의 민들레꽃이 和暢(화창)하게 피어나는 것이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無限軌道(무한궤도)가 지나간 불탄 자리 그 곳에

다시금 瀝瀝(역력)히 나타나고야마는

神(신)의 攝理(섭리)에 의한 저 우주의 無限軌道(무한궤도),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惡(악)의 불길이 鎔鑛爐(용광로)처럼 일어나서 이 몸을 불사를지라도,

이 몸은 다니엘처럼 그 불꽃속에서 다시금 살아나는 것이었다.

 

 

 

 

 

<195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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