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사랑의 말/김남조

나뭇잎숨결 2022. 4. 17. 17:33

사랑의 말

 

 

 

 

김남조 

 

 

 

 

1

 

사랑은

 

말 하지 않는 말

 

아침해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 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 대로

 

세상 양끝에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 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법/강은교  (0) 2022.04.17
사랑의 꿈/정현종  (0) 2022.04.17
사랑하면/조병화  (0) 2022.04.17
사랑의 비밀/윌리엄 블레이크  (0) 2022.04.17
시인이란 누구인가 / 타데우시 루제비치  (0)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