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집/문정희
사랑시는 물에다 써야 한다
출렁임으로
다만 출렁임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위험한 거미줄에 걸린
고통과 쾌락의 악보
사랑시 한 줄의 이슬 방울들
저녁 물거품이 상륙하기 전의
꿈같은 신방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면
이윽고 썰물을 따라
가뭇없이 사라지는 물거품의 가락으로
사랑시는 물에다 써야 한다
물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물의 시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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