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이성복

나뭇잎숨결 2021. 10. 27. 09:05

세월의 습곡이여, 기억의 단층이여

 

 

 

- 이성복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살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보다 아름다울 때,
     삶이 가엾다면 우린 거기
     묶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