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붉은 열매들이 소리없이 /이성복

나뭇잎숨결 2021. 10. 27. 09:00


 붉은 열매들이 소리없이 

 

 

-이성복


    붉은 열매들이 소리없이 삭고 있다
    여기 나무들은 허리를 뒤틀거나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강을 따라 어두워갔다
    흐르는 강을 따라 어두워지면서
    우리는 여윈 어머니의 뒷모습을 얼핏 보았다
 

   종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담쟁이들이 죽은 나무를 감고, 또 감았다
 

  가르쳐주소서, 우리가 저무는 풍경 한가운데서
  오후의 햇빛처럼 머무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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