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저 잣숲/허수경

나뭇잎숨결 2021. 9. 18. 09:52

저 잣숲

 

 

 허수경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여린 푸른 가시들은 햇빛으로

 나를 향해 저의 침을 겨누고 있었지요 나는 일종의 포획된 짐승

 같은 거였는데 그러니까 저 수성의 내가 느끼는 건 뭐였겠습니까

 나는 저 여린 가시들 속에 그러나 혼곤해 있었는데 가시들이

 몸을 뚫고 들어와 나는 꿈틀거리며 가시를 바투어내느라 팥죽같이

 끓어올랐는데요 그러나 그렇게 약든 마음은 푸른 여린 가시만이

 보였을 터지요 일종의 포획된 짐승이었던 나는 실히 기린이나

 한 마리 되어 이 세계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지금은 잣이나

 쏟아내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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