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딤의 형식
-김승희
모두 저기, 저, 강을 쳐다본다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저기, 저,
산을 쳐다본다
평원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벌판의 끝,
저기, 저 지평선을 바라본다
강과 산과 지평선-그곳에서 언제나 무한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무한이 오는 곳을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한 번 태어나서
한번은 꼭 죽기 때문이다
한번만 사는 삶인데
한 번밖에 못사는 삶인데
여기, 이렇게, 아무래도 남루한 냄비 속이
너무 좁지 않는냐 하고
물음 대신, 울음 대신으로 저기, 저, 먼 곳을 끝없이 힘을 다해
훨, 훨,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
비행기가 날아가는 저 하늘을, 구름이 흘러가는 저기
저곳을,
저기, 저, 방금 사라지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랫가락 사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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