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힘
- 권경인
남은 부분은 생략이다
저 물가, 상사화 숨막히게 져내려도
한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상처로 온통 제 몸 가리고 서 있어도
속이 아픈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
오래 그리웠다
산을 오르면서 누구는 영원을 보고 누구는 순간을 보지만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사람이 평생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한 평화를
온몸으로 말하는 나무와 풀꽃같이
그리운 것이 많아도 병들지 않은
무욕의 정신이여
그때 너는 말하리라
고통이라 이름한 지상의 모든 일들은
해골 속 먼지보다 가볍고
속세의 안식보다 더한 통속 없으니
뼈아픈 사랑 없이는
어떤 하늘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마침내 밤이 오고
마지막 새소리 떨어져내릴 때
'시(詩)와 詩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때문에도 우는 여인이 있는가/ 김영승 (0) | 2020.07.08 |
---|---|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0) | 2020.07.08 |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프랑시스 잠 (0) | 2020.07.07 |
청포도 / 이육사 (0) | 2020.07.01 |
시가 내게로 왔다/ 파블로 네루다 (0) | 202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