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시민당이 180석을 얻어 ‘압승’을 한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980년대의 운동권 세력인 ‘586세대’가 사회적 기득권층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국사태’는 586세대가 기득권에 대한 집요한 욕망을 단적을 보여주고, 향후 진보정당 운동은 586세대가 기득권 세력으로 굳어진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재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16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총선 압승이 보여주는 것처럼) 586세대가 주류세력이 되었다는 것은 그 세대를 대표하는 엘리트 계층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기득권층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조국사태는 그들이 구축한 특권과 기득권을 2세에게 대물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개혁세력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기득권세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조국사태’는 586세대가 갖는 기득권을 향한 욕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사태를 통해 우리가 본 것은 그 동안 가려져 있던, ‘기득권’에 대한 그들의 집요한 욕망”이라며 “이게 눈에 잘 안 보였던 것은, 이들이 그 동안 개혁을 외쳐왔기 때문. 아마 그들 스스로도 아직 자신들이 기득권층과 싸우는 개혁세력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허위의식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과거의 기득권세력, 즉 통합당의 존재 때문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정부는 출범 전 보수권력에 대한 저항세력으로 존재했고, 그것이 현재도 관성적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권이 출범하기 전까지 약 9년 동안 이들은 보수권력에 대한 저항세력으로 존재했다”며 “그때 마인드와 레토릭이 집권한 이후에도 관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촛불혁명’, ‘적폐청산’, ‘검찰개혁’ 등의 구호는 원래 권력을 쥔 사람들이 외칠 만한 구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들은 과거 두 정권에서 10년, 이번 정권에서 이미 3년간 권력을 쥐고 있었다“며 “그 시간이면 충분히 사회 깊숙히 기득권의 뿌리를 내리고도 남았다. 그 사람들, 과거 두 번의 정권과 현정권에서 다양한 비리의 고리로 서로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4월 총선에서 벌어진 위성정당 소동이 이를 잘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위성정당 소동은 기득권에 대한 욕망을 정치의 영역에까지 확장하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위해 마지 못해 양보했던 것을, 공수처법 통과 후에 다시 회수해 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진보정당 운동은 과거 개혁세력이었지만 현재 기득권세력이 된 586세대에 대한 인식에서 재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전 교수는 “진보정당 운동은, 과거의 개혁세력이 이미 기득권세력으로 굳어진 이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그들이 하는 개혁에 진정성이 있을 때는 함께 하고, 지금처럼 개혁을 빙자하여 자기들의 기득권을 챙기고, 자기들의 비리를 덮으려고 할 때는 단호히 비판하고”라고 강조했다. 또 “그들에게 묻어갈 생각을 포기하고 대담하게 진보적 의제들을 제시하며 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