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출가하는 새/ 황지우

나뭇잎숨결 2020. 3. 16. 11:06

출가하는 새/ 황지우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라는

자기의 체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몸으로 빈털터리로 빈 몸뚱아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을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生後)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