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보리수 나무 아래로 /김승희

나뭇잎숨결 2020. 7. 30. 09:19

 

 

 

 

 

 

보리수 나무 아래로



-김승희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나무 아래 길이 있을까,
난 그런 것을 잊어버렸어,
아니 차라리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정직하겠지,
잊어버린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
잃어버린 것을 쉽게 되찾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시간 속에 종종 성냥불을 그어보지,
내가 잃어버린 무슨 나무 아래 길이
혹여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혹시 장미나무 아래로 가는 길이
물푸레 나무 아래 휘여진 히아신스 꽃길이
어디 어둠의 담 저 너머
흔적 같은 향기로
날 부르러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난 청춘을 졸업한 게
아니라
청춘을 중퇴한 듯해.
청춘에서 휴학하고 있는 듯한
그래서 곧 청춘에 복학해야 할 듯한
그런 위태로운 아편길 위에서
난 정말 미친 듯이 뛰었지, 아, 그래,
정말이야,꼭 미친 듯이 뛰는 것,
그것이 나의 인생이었어.

그래서 난 새해 같은 것이 오면
더욱 피로해지는 것 같아.
그런 시간에는 문득 멈춰서서
자신을 봐야 하니까.
누구의 삶에나 실수는 있는 법이고 ..

 

 

 

 

 

 

Hey / The Velvet Sound Orchestra & photo by 우승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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