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진부한 운율 속에서 W banalnych rymach

나뭇잎숨결 2010. 7. 14. 08:44

 

 

진부한 운율 속에서 W banalnych rymach

                                                                              

 

                                                  -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이것은 커다란 기쁨,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송이

맑은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일이 수요일이고,

틀림없이 네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는 사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서둘러 봉투를 뜯는 동작,

아, 태양의 뜨거운 흑점 알래서 편지를 펼쳐보는 건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그 날까지 일주일 밖에 안남았다는 것,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자 이제 겨우 나흘 남았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여행가방을 꾸리는 일,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오후 7시발 기차표 한 장,

매표소 직원에게 건네는 "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날이 저물어 밤이 찾아들면

결국 우리가 함께 하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내가 문을 열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문턱을 넘어서리라는 것.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쁨은 한 송이 꽃 옆에 탐스러운 또 하나의 꽃 한 송이.

사랑하는 연인이 내게 묻는다.

"당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싼 꽃을 산거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