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과학이 뭐라고 생각하니? 보통 '과학'하면 자연과학을 뜻한단다. 자연을 그 연구대상으로 삼아 그 안에 담긴 질서를 알아내려는 학문을 말하지. 그런데 연구가 진리에 가까운 가치를 가지려면, 일정한 단계가 있단다. 설을 세우고 그것에 대한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거지. 이런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들은 과학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게 되고. 그런데 당대에는 정말 어떤 비판적 반론을 넘은 가설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분야의 과학적 지식이 쌓이면서 생긴 새 반론으로 인해 '이론'으로서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단다.
특히나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일어났던 사건 알지? '황우석 사건' 말이야. 그가 인간의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복제했다고 유명 과학잡지에 발표해서 그는 물론 우리나라 과학수준까지 덩달아 위상이 높아졌었지, 그런데 검증단계에서 거짓이 탄로나고 말았지만 말이야. 개인의 욕심에 전세계가 놀아난 경우인데, 그래도 그 사기 행각은 무명의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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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과학은 엄격한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과학적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과학철학이라고 한단다. 칼 포퍼는 20세기의 아주 유명한 과학철학자야. 과학철학뿐 아니라 다방면의 전문가이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통 '멀티사이언티스트'라고 부른단다. 그의 지식이 생물학, 물리학, 화학, 음악에까지 넘나드는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한 가지만 하기도 벅찬 것을 여러 부분에서 달성하고 있는 사람인 거지.
이 책은 포퍼가 강연을 한 내용을 모아 놓은 것이란다. 책에는 과학철학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개인적인 가치관에 대해서 강연을 하거나 기고한 것이 수록되어 있단다. 지금은 과학만능시대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과학을 맹신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과학이 하나의 철학이나 종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단다. 또 비록 과학이 가치중립적 개념이지만,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생기고 있단다. 그래서 과학의 '위험'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과학윤리나 과학철학이 되는 거야.
그러나 이런 역할을 학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겠지? 우리 일반인들도 항상 과학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이에 대처할 능력을 가져야 하는 거란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볼 필요가 있는 거고. 어렵기는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과학이 맹신의 대상이 아니라 정확히 그 가치를 알고 판단해야 할 대상이란 것을 알게 될 거야.
아들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다면, 20세기에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과학은 20세기에 어떤 성과를 거두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