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바위/유치환

나뭇잎숨결 2022. 2. 15. 17:14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회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