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첫 줄/심보선
나뭇잎숨결
2022. 1. 21. 16:17
첫 줄
심보선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미래의 열광을 상상한 임신한
둥근 침묵으로부터
첫 줄은 태어나리라.
연서의 첫 줄과
선언문의 첫 줄.
어떤 불로도 녹일 수 없는
얼음의 첫 줄.
그것이 써진다면
첫아이처럼 기쁠 것이다.
그것이 써진다면
죽음의 반만 고심하리라.
나머지 반으로는
어떤 얼음으로도 식힐 수 없는
불의 화환을 엮으리라.
[출처] 첫 줄 / 심보선 [아름다운 시] [좋은 시] [애송시]|작성자 귀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