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詩魂

풀잎/박성룡

나뭇잎숨결 2020. 8. 2. 17:37

풀잎


- 박성룡



너의 이름이
부드러워서



너를 불러 일으키는
나의 성대(聲帶)가 부드러워서



어디에 비겨 볼
의미(意味)도 없이



그냥 바람 속에
피어 서 있는



너의 그 푸른 눈길이
부드러워서



너에게서 피어 오른
푸우런 향기가



너에게서 일어나는
드높은 음향(音響)이



발길에 어깨 위에
언덕길에 바위 틈에



허물어진 거리
쓰러진 벽(壁) 틈에



그냥 저렇게 피어 서 있는
너의 양자(樣姿)가 부드러워서



아 너의 온갖
지상(地上)의 어지러운 사상(事象)에 관한



싱싱한 추리(推理)가
부드러워서......






꽃보다
밝은 이름



물방울보다
맑은 이름



흙보다
가까운 이름



칼끝보다
날카로운 이름



풀잎이여,
아 너 홀로 어디에고



살아 있는 이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