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일레인 아론, 사랑받을 권리

나뭇잎숨결 2010. 7. 23. 08:59

 

 

 

순위 매기기가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관계 맺기에 슬며시 끼어들어 우리 자신의 ‘못난 나’를 유발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와 점심을 함께 하다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해보자. 당신은 친구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해준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이 지난 5년간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되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별안간 비참한 기분이 든다.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자리는 당신과 친구가 함께하는 곳이 아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내면의 ‘못난 나’와 점심을 함께 먹는 것이 된다. - p.21

퇴근한 후에는 운동을 하러 헬스클럽에 간다. 그곳에 가득한 건강하고 몸매가 멋진 사람들을 보자니 잔뜩 기가 죽는다. 당신이 헬스클럽 안에서 제일 못난 사람인 것만 같다. 이런 경우는 100퍼센트 순위 매기기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이다. - p.55

주는 대로 받는 것이 뭐 어렵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면의 ‘못난 나’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살아온 사람들은 타인의 상냥하고 따뜻한 관심을 오히려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그런 배려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순위 매기기’를 강조하는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은 도움과 호의를 받아들이는 행위를 ‘어린아이처럼 의존적으로 구는 태도’라고 여겨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 p. 176

친구와 저녁 약속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친구가 먼저 와 있다. 자리로 가는데 친구가 콧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친구가 얼마나 밝고, 명랑하며, 긍정적인 성격인지 새삼 떠오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당신 내면의 ‘못난 나’가 이런 말을 한다. “너와는 완전 딴판이지.” 안 그래도 피곤하고 짜증나는 데다 우울한 터였다. 이대로는 친구 기분까지 축 처지게 만들 것이다. - p. 178

어렸을 때 아이들에게 왕따 당한 적이 있는 당신을 혼자 남겨두고 직장 동료들이 자기들끼리만 점심을 먹으러 갔다고 해보자. 당신의 순진무구한 자아는 즉시 그들이 고의로 자신을 왕따 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며,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가 무가치한 존재라고 결론 내릴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점심시간이 되면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제일 먼저 밖으로 나가 혼자 점심을 먹는다. 그 누구도 자신을 먼저 왕따 시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순위 매기기’ 관점에서 보는 이 반응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다. - p. 211

 

“누구나 한 번은 자기 안의 울고 있는 나와 마주해야 한다”

사랑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있는 ‘못난 나’를 발견하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항상 먼저 양보하지는 않는가?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주저하면서 얘기를 못하지 않는가? 엄마에게조차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자꾸 움츠려들지는 않는가? 친구가 싫은 소리를 해도 그때는 그만두라는 말을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서 고민하지 않는가?
연애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조차 우리들은 수시로 타인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고 혼자 울곤 한다. 그 눈물 뒤에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다.
‘사랑’과 ‘호감’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뤄온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은 20년 동안의 심리 상담을 통해, 우울증, 수치심, 질투, 열등감, 불안 등 다양한 문제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프레임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은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느끼는 또 다른 ‘자신’, 즉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이다. 이 ‘못난 나’가 바로 우리의 사랑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니라 깊이 잠든 원인과 마주하기
‘못난 나’는 쉽게 말해 실제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 또 다른 ‘나’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여기고, 낯선 사람과 만났을 때 지나치게 수줍어하며,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질투를 느끼게 한다.
누군가가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 ‘왜 하필 나야?’라는 질문을 떠올리며 도망간 적은 없는가. 이처럼 ‘못난 나’는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게 하고 자신감 없게 만든다. 그러다 혹여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겉으로 자신만만해 보이는 사람들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역시 ‘못난 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도하게 능력을 과시하는 사람, 매사에 경쟁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내면의 ‘못난 나’를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이 개념은 ‘낮은 자존감’이라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낮은 자존감’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주목했으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그런데 일레인 아론은 《사랑받을 권리》에서 이 ‘낮은 자존감’의 문제를 ‘못난 나’라는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한다.
저자에 의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긍정적 사고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긍정적 마인드만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마음의 상처의 근원적인 원인을 발견하게 한다. 가볍고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못난 나’를 발생시키는 심리 프레임을 바꾸라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걸까
그런데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왜 스스로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걸까? 저자는 ‘못난 나’는 이를 ‘순위 매기기(Power)'와 ‘관계 맺기(Love)'라는 두 가지 프레임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원래 ‘순위 매기기’와 ‘관계 맺기’는 1983년 정치심리학자 리안 아이슬러와 데이비드 로이가 사용하면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이 두 가지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지배하는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 두 개념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된 바는 거의 없었다. 일레인 아론 역시 두 주제를 따로 떼놓고 생각했으나, 내담자들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이 둘 사이의 뗄 수 없는 관계를 깨닫게 되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 맺기’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는 늘 권력과 우열의 문제 즉 ‘순위 매기기’에 치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타인과 비교해 스스로의 순위를 낮게 매길 때가 없었는지 생각해보자. 누구에게나 내면의 ‘못난 나’가 작동할 수 있다. 어릴 때 부모에게 받았던 모진 비판, 외모에 대한 불만, 반 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망신이나 모욕을 당한 경험, 성인이 된 후 이성에게 거절당한 상처, 입사 시험에 떨어진 경험 등. 이런 것들이 치유하지 않으면 정신적 외상이 된다. 이렇게 과거의 좌절과 실패를 통해 만들어진 트라우마가 있을 때 내면의 ‘못난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한다.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새로운 심리 프레임


학교, 직장 심지어 사적인 관계에서도 경쟁을 부축이고 순위 매기기를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만약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힘들다거나,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게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여기거나, 상대의 사소한 말도 나를 비난하는 말이라 생각된다면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들여다보자.
《사랑받을 권리》는 스스로도 몰랐던 ‘못난 나’를 발견하게 하여 내면으로부터 나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진단표, 설문조사, 풍부한 사례 등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셀프 심리 워크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어떠한 자극에도 흔들림 없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따뜻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관계의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해법서이다.
- 정도언,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프로이트의 의자》 저자

일레인 아론은 내면의 상처에서 벗어날 해방의 심리학을 말한다. 《사랑받을 권리》에는 지금까지 우리를 옭아매온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포착한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빛난다.
- 필립 G. 짐바르도,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 《루시퍼 이펙트》 저자

일레인 아론은 사랑의 수호자다. 《사랑받을 권리》는 어떻게 하면 ‘순위 매기기’에서 벗어나 타인과 깊이 있고 성숙한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 쉐럴 리처드슨, 국제코치연맹 초대 회장, 《나는 좀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