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를 바꿔도 물리법칙이 바뀌지 않으면, 좌우 대칭성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좌우만 바뀔 뿐 실제 작동하는 방식이 똑같은 이유를 물리학으로 설명하자면 시계나 차를 작동하는 데에 필요한 물리법칙들이 좌우를 바꿔도 변하지 않고 대칭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계나 차 자체는 좌우대칭이 아니지만 그들의 작동 원리는 좌우를 구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다룬다는 얘기다.
시계나 차, 혹은 더 일반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대부분은 뉴턴의 운동 법칙과 중력 법칙, 그리고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으로 설명된다. 이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실제로 이들의 좌우 대칭성을 어렵지 않게 증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 개의 맥스웰 방정식에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x가 나온 부분을 모두 -x로 바꾼다. 그리고 그 바뀐 방정식을 다시 잘 써서 처음 방정식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을 보이면 맥스웰 이론이 거울 속 세계, 즉 좌우가 바뀐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이런 방법으로 물리학자들은 맥스웰의 이론과 뉴턴의 이론이 정말 좌우대칭이라는 것을 보일 수 있었다.
일상생활의 수준을 넘어 원자들 수준의 미시세계에서는 어떻게 될까. 또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매우 빨리 움직이는 물체, 혹은 블랙홀 근처나 은하계 등 거대 규모의 우주는 어떨까. 이럴 때 좌우가 동등한지를 알아보려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살펴보면 된다. 물리학자들은 이 이론들, 더 구체적으로는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과 상대성이론의 기본 방정식인 아인슈타인 방정식, 그리고 디락 방정식 및 이들을 결합한 방정식들을 분석하여 이들도 역시 모두 좌우 대칭성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는 전자기력과 중력은 우리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