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思惟)

구글드, ‘구글 되다’, ‘구글 당하다’ ,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

나뭇잎숨결 2010. 2. 22. 17:26

 

 

 

* 구글드 = ‘구글 되다’, ‘구글 당하다’ 혹은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

이제까지 당신이 알고 있던 ‘구글’은 수박의 겉껍질에 불과하다!

구글을 일개 ‘검색엔진’이나 ‘일하기 좋은 회사’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구글은 세계 곳곳에서 비밀리에 작동되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 데이터와 막대한 소비자 정보를 무기로 ‘광고’, ‘신문’, ‘방송(유튜브 인수)’, ‘도서(2천만 권 무료 도서검색)’, ‘무료 컴퓨터 OS(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 ‘통신사가 필요 없는 휴대전화(안드로이드)’ 등 전 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전 세계는 바야흐로 ‘구글 당하고(Googled)’ 있으며, 우리가 알던 세상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불똥을 경계하며 지금 전 세계 기업들은 구글을 ‘최대의 적’이자 ‘속을 알 수 없는 괴물’로 주목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변화의 핵심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앞으로의 기업은 세 종류다. 물결을 일으키는 자, 물결에 간신히 올라타는 자, 그리고 물결에 쓸려 없어지는 자!
신문은 무너져가고 있다. 방송은 이미 사용자 생성 컨텐트(UGC)와 엄청나게 늘어난 미디어 채널과의 경쟁에 쫓겨 허리띠를 졸라맨다. 인터넷은 모든 종류의 ‘중개인’들을 날마다 실직시킨다. 출판은 e-북 때문에 투자비조차 못 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화는 해적판 때문에 속이 다 썩어 들어간 상태다. 구글, 애플을 위시로 한 노도와 같은 변화의 트렌드 속에서 기업과 개인은 무엇을 해법으로 삼을 것인가? 책은 유려하고 명징한 문체로 그 힌트를 낱낱이 짚어준다.

2009년 12월 중순, 삼성의 사내 네트워크에 ‘1등 기업의 함정’이라는 주제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의 핵심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 개발을 삼성이 의뢰했으나, 시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그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을 게시한 직원은 “성공의 경험이 반드시 또 다른 성공을 낳지는 않는다”며 창의성을 고사시키는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질타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또 한 번 혁명의 산물들이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야 뒤늦게 ‘창의와 혁신’ 운운하면서, 애플이나 구글을 가능케 한 원초적 경쟁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은 쓰기도 불편하고 기능이 너무 많아 대중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뿐인가? 여전히 ‘종이신문이나 종이인쇄는 휴대기기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사태를 관망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대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전망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작 10여 년 전만 해도 월드와이드웹, DVD, 위성TV, 휴대전화나 PDA, 티보(Tivo)나 DVR, 디지털 카메라, 아이팟,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위(Wii) 게임, 블로그는 없었다. 네트워크와 최신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훨씬 더 큰 걸음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구글’이 있다. 전 세계에 비밀리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센터(수만 대의 컴퓨터 본체를 연결한 집채만 한 크기의 서버들이 수백 개 조합된)를 통해 지금도 4시간마다 국회도서관 분량의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은, 지금 우리가 알고 대비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팔짱을 끼고, ‘그래도 구글이 아직 한국에선 힘을 못 쓰잖아?’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면, 몇 년 후에는 삼성과 똑같은 한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구글은 실체의 1%에 불과하다
그간 우리에게 구글은 ‘일하기 좋은 회사’ 혹은 ‘훌륭한 검색엔진’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간 구글을 소개한 책들 역시, 기업공개 직후에 주식 평가금액이 급등하면서 일약 백만장자가 된 행복한 그들의 모습만 조망했다. 구글이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들이 날마다 무엇을 어떻게 개발하면서, 어떻게 단 11년 동안 막강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뉴요커 칼럼니스트이자, 지난 3년 여간 구글의 경영 일선에 들어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켄 올레타(Ken Auletta)는 “물결에 쓸려 없어지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구글의 행보를 주시하라”고 경고한다. 특히 전통적인 미디어로 분류되는 신문, 방송, 광고, 통신, 컴퓨터 OS 분야 등이 주요 타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기에 루퍼트 머독을 비롯한 유수 기업들의 경영자들이 직접 털어놓은 현실에 대한 토로까지 덧붙여, 기존 미디어그룹들이 처한 진퇴양난의 처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구글은 이미 불도저가 되어버렸다. 구글은 미국 전체 인터넷 검색의 2/3를, 전 세계의 거의 70%를 장악했다. 구글은 세계 최대의 UGC(사용자 생성 컨텐트)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를 인수(2006)했고, 최대의 디지털 마케팅 회사 더블클릭을 인수(2007)했으며,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의 40%를 독식했다. 2008년 현재 구글의 광고수입은 미국 5개 방송사(CBS, NBC, ABC, Fox, CW)의 광고수입을 합한 것에 맞먹었다. 2008년을 기점으로 구글은 엄청나게 많은 상품을 쏟아냈다. 1기가 용량을 제공하는 G메일(Gmail), 구글 뉴스, 구글 어스, 구글 맵스, 구글 비디오, 구글 북스(발행된 모든 책 검색), 거기에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하는 구글 닥스(Doc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모든 수치들이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가? 문제는 외형이 아니다. 바로 그들이 사업하는 방식이며,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메커니즘이다. 구글과 애플로 대변되는 실리콘밸리의 괴짜들은 나른하고 관료적인 조직들과는 DNA부터가 다르다. 켄 올레타가 미국의 대기업들을 향해, 그리고 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향해 경고하는 이유다.
구글의 탄생에서부터 지금의 위상으로 등극하기까지, 마치 그들의 뇌에 잠입한 듯 유려하고 명징하게 서술된 이 책이 지금, 위기와 위협에 맞닥뜨린 당신과 당신의 기업에 커다란 힌트를 선사할 것이다.

 
신형 스마트폰은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휴대전화 회사는 발신통화와 수신통화에 담긴 디지털 데이터와 통화시간을 수집하고 모은다. 이뿐 아니라 전화기에 들어 있는 GPS칩은 사용자의 위치, 그곳에 머문 시간, 사용자와 접촉한 다른 휴대전화 사용자를 추적한다. 이런 데이터를 개발하는 일을 ‘리얼리티 마이닝(reality mining)’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이 연구했던 데이터 마이닝의 친척뻘이다. 통신사들은 고객 이름을 서로 공유하지는 않지만, 상품을 마케팅하려는 회사들에 이미 이 데이터를 팔고 있다. - 307쪽

구글에게 안드로이드는 완벽한 폭풍우를 의미했다. 개방된, 더 민주적인 체제를 장려하려는 이상주의적 갈망에 사업적 이익까지 갖춘 폭풍우.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구글 검색이나 구글 맵스를 사용하는 건수도 많아질 테고 데이터도 더 많이 쌓인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컴퓨터에도 안드로이드를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것을 판매할 수도 있고, 휴대전화 광고수입을 나눌 수도 있다. - 342쪽

2008년 말 구글이 가장 흥분한 사업은 ‘클라우드 컴퓨팅’이었다. 구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용량과 구글이 개발한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들(G메일, 구글 어스, 구글 맵스, 구글 스칼러, 구글 파이낸스, 구글 프로덕트 서치, 구글 캘린더, 구글 데스크톱, 워드와 스프레드시트와 프레젠테이션이 모두 되는 구글 닥스 등) 덕분에 구글은 어마어마한 성장 기회를 얻게 되었다. 구글이 개발한 브라우저 크롬을 쓰면 이 모든 응용 소프트웨어에 접속할 수 있다. 구글이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응용 소프트웨어는 모두 브라우저에서 실행된다. 전 세계 수십 억 명이 인터넷에 접속해 있기에, 점차 브라우저가 그들의 OS가 되어 응용 소프트웨어의 호스트가 될 것이다. - 375쪽

구글의 힘은 다른 기업들에 끝없이 압박을 가한다. 전자결재 시스템 페이팰의 CEO였던 피터 실은 이렇게 말한다. “1940년대에 당신은 철도회사를 운영하는데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나는 그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1940년대의 철도회사란 곧 지금의 기존 미디어 회사를 상징한다. 그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과감히 조직을 통폐합하고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둘째, 급격한 혁신을 시작하는 것. 이론상으로는 급진적인 방안 쪽이 더 끌린다. 한 가지 문제는 ‘어떻게?’다. - 457쪽

 

아쉽게도 ‘디지털 시대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의미 있는 기술 변화의 시기’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과거의 변화와 현재를 가르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속도(speed)’다. 전화기가 미국 가정의 50%를 점유하는 데는 71년이 걸렸고, 전기는 52년, TV는 30년이 걸렸다. 그러나 인터넷은 고작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페이스북(facebook)은 고작 5년 만에 2억 명이라는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일이 너무나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가장 영리하다는 사람들조차 추측만 할 뿐이었고, 그 추측 역시 틀릴 때가 많았다. - 33쪽

슈미트는 2002년에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의 사무실에 갔다가 그가 만든 책 스캐너를 보고 놀랐던 일을 회고한다. 기원전 300년경 전 세계의 두루마기를 보관하기 위해 설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페이지가 말했다. 페이지는 자기 시간의 20%를 투자해 책의 장정을 뜯고 본문을 디지털로 바꾸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걸로 뭘 하려는 건가요, 래리?” 슈미트가 물었다. “전 세계의 책을 모조리 스캔하는 거죠.” 페이지가 말했다. - 160쩍

한 미디어그룹의 CEO는 구글 때문에 ‘편집증’이 생겼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때가 그랬지요. 구글은 더 심합니다. 구글의 탁월함은 대중들이 구글을 사랑한다는 점이지요. 소비자는 MS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광고주들은 예전보다 더 남는 장사를 하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나은 검색을 하게 됐죠. 게다가 무료로요.” 미디어 기업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구글이 새로운 사업으로 파고드는 ‘능력’과 ‘욕구’다. 이동전화에서 시작해서, 컴퓨터 OS, 비디오, 광고, 심지어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 218쪽

거대기업 비아콤을 뛰쳐나가 벤처 회사를 설립한 알비 헥트는 뉴 미디어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는 ‘시청’이 아니라 ‘참여’라는 단어를 씁니다. 우리가 만드는 상품에는 ‘6가지’ 참여의 방법이 있어요. 사용자들은 첫째 보고(어떤 기기로든), 둘째 배우고(정보 검색), 셋째 놀고(게임), 넷째 연결하고(인맥/친교/메신저), 다섯째 모으고(소액 결제), 여섯째 만들어낼(UGC) 수 있죠. 6개 중 4개가 가능하다면 개발을 시작합니다. 6개 중 6개가 다 된다면, 그건 히트죠.” - 240쪽

2007년 봄, 루퍼트 머독은 전 세계 뉴스 코퍼레이션의 신문 편집자와 발행인을 캘리포니아 카멜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모아 행사를 열었다. 거기서 그들은 한 가지 끔찍한 이슈를 놓고 이틀을 골몰했다. 그것은 바로 ‘신문의 미래는 무엇인가?’하는 주제였다. 의제를 준비한 제러미 필립스에 따르면 결론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뒤범벅이었다. 신문은 광고와 발행부수와 안내광고 수입 모두 줄어들 전망이었다. - 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