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황(洪晃), “Get a Life, 인생을 좀 즐겨봐.”
홍황(洪晃)이 전하는 목적 없는 삶의 유쾌하고 통렬한 즐거움!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의 작가 홍황은 중국의 ‘홍색 귀족(紅色貴族, 중국의 신흥 귀족. 중국 혁명원로의 손자?손녀들로 2대에 걸쳐 쌓아 놓은 후광과 인맥?실력?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은 물론 사회 각 유망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해외 유학파 출신의 파워엘리트 집단)’이다. 대다수의 홍색 귀족이 정?재계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급부상하는 가운데, ‘홍색 귀족’의 대표 주자인 그녀는 그녀의 가문과 환경을 벗어나 조금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특이한 여자다.
홍황은 이 책에서 목적을 위해 간과되어온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녀에게 삶의 기쁨은 전부 지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그러므로 목적은 길고 긴 과정 뒤에 찾아오는 한순간의 클라이맥스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목적 없어 즐거운 삶은 자유롭고 거침없으며, 독자들은 어느새 삶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형식을 인정하게 된다.
그녀의 대범함과 남성스러운 호탕함, 결단력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날카롭고 직접적인 문체로 삶과 사랑, 남자 등 신변의 소소한 일들을 쏟아내며 예술, 이상, 사회적 책임 등의 큰 문제 또한 신랄하고 유쾌하게 규정하고 새롭게 재해석한다.
유행에 뒤처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면서도 미니멀리즘을 죄악이라고까지 규정하며 마음대로 옷을 벗어던지고 설거지도 미루는 진짜 편안한 생활을 즐기라고 외친다. 남자를 제대로 붙들어놓을 수 있고 원하는 남자를 얻을 확률이 높은 여자는 알파걸이 아니라 천상여자라고 말하는가 하면, 예쁘지만 성질이 더러운 여자들이 늘 남자들에게 대접받으며, 착하다는 것은 여자에게 큰 단점이고, 착하면 결국 불행해지는 시대라고 조소한다.
몸매 가꾸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외모지상주의자와 그들에게 휘둘려 아름다움을 위해 사는 사람들에게는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며 한마디를 남긴다.
홍황은 자유분방한 사고와 거침없는 표현력, 남다른 시각과 솔직함으로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을’ 대변한다. 동시에 중국인의 시각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각, 동양적 사고를 기반으로 국제적인 시각으로 사회적인 이슈와 사람들을 관찰하고 표현한다. 또한 민감할 수 있는 섹스에 대한 문제도 외설적이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드러낸다. 시답지 않은 충고보다는 현실과 경험에 입각한 따끔한 비난을 가하며, 양다리를 걸친 남자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공격하고, 중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까지 매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독보적인 시선과 문체, 그리고 비판정신이 바로 그녀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지점이다. 최고의 것을 누리면서 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결코 목적에 안주하지 않는 그녀만의 대륙적인 대범함과 스케일 그리고 유희정신. 이를 통해 ‘명문가의 불량딸’ 홍황은 그녀 자신의 엄청난 가문과 오랜 외국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문학계의 금기를 깨뜨리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중국 문학계에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신세대 여성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거침없는 입담과 행보는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도 시공간을 초월한 유쾌발랄한 공감과 목적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청량감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은 홍황만의 인생의 과정을 즐기고, 목적 없는 삶을 향유하기 위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구성되었다. 1장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에서는 삶과 인생에 대한 홍황만의 새로운 정의와 해법을 엿볼 수 있다. 진정한 미니멀리즘, 섹스와 숫자의 상관관계, 로맨스의 재해석, 나쁜 남자가 아내를 찾는 방식과 알파걸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이르기까지 오늘을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보았을 흥미로운 관심사들을 풀어놓았다. 2장 ‘그대는 나의 도시남’에서는 사랑과 요즘 남자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을 엿볼 수 있다.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에서 근육질의 남자와 바람둥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남자들의 모습과 그들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유쾌하게 풀어놓았다. 3장 ‘불건전한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에서는 블로그를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왜 하지 말라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지에 대한 역설적인 해법을 통해 인생의 묘미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4장 ‘먹고 마시며 즐기는 정신’에서는 제대로 먹고 놀기 위한 사례와 인물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다. 체면과 재미의 상관관계, 가십의 필요조건까지 겉치레를 벗어버린 진정한 트렌드와 재미에 대해 접근한다. 5장 ‘나한테 물어봐’에서는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과 홍황의 거침없고 직설적인 답변을 통해 그녀만의 블랙 유머와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시끌벅적 유쾌 버전’ 편집장, 홍황! 그녀는 오늘도 TV와 영화 스크린에서, 잡지와 책을 통해서, 인터넷에서 ‘현재를 즐기는’ 좌충우돌의 카타르시스를 중국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독기서린 그녀만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홍황은 스스로를 ‘명문가의 불량딸’이라고 정의한다. 겉치레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불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그녀의 대범함과 남성스러운 호탕함, 결단력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야단법석을 떨 때조차 행동 하나하나에서 대범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대범함은 절대 가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그녀의 엄청난 가문과 오랜 외국생활이 준 독특한 선물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녀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퉁샤오빈(?曉濱,)
―내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뼛속 깊은 곳에서의 나는 과정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내 치명적인 약점은 탐닉에 가까울 정도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재미있을 때에만 하고 싶고, 내부적인 기대치니 ‘엉덩이선’이니 하는 것들은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GDP 성장률이 8%대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개인 재산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기적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는 유행에 뒤처지고는 못 사는 사람인지라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었을 때도 너무나 당연하게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던 몇 년 동안 내 삶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마치 제 꼬리를 쫓아 맴도는 강아지처럼 늘 아등바등해야 했다.
‘앗, 컵을 씻지 않고 저대로 두면 이 아름다운 부엌에 흠이 되겠어.’ ‘어머, 누가 신문을 책상에 둔 거야, 어수선해 보이게.’ 한마디로 생활의 흔적들이 우아한 미니멀 환경을 오염시키도록 두고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의 가구 잡지를 열심히 뒤적이다가 미니멀리즘이 마침내 끝났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만세, 이렇게 감사할 수가, 디자인이 생활을 지배하던 유행이 드디어 끝났다!
―미국인들은 ‘잡화점 철학’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Dime Store Philosophy’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사실 이 말은 썩어버린 인문정신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바빠도 꽃향기를 잊지 마라’, ‘매일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다’ 같은 헛소리 말이다. 물론 아직도 잡화점에서 그런 구절을 사다가 냉장고에 붙이거나 부엌 한 곳에 걸어두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소부르주아 같은 것들이 중국에서도 유행하려는지, 잡지들의 연애소설 코너에서도 곰팡내 나는 인생의 깨달음을 토로하는 구절들이 종종 보인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자신의 섹스 숫자를 나무판에 새겨서 침실에 걸어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규칙을 잘 지키고 정도를 벗어나는 일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규칙을 깨고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 하다못해 비즈니스 클래스만 봐도 교육코스마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는 ‘Think out of box’라는 과정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은 너무 착하게 살지 말고 관행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다. 어쨌든 그래서 좋은 사람들은 성실하고, 좋은 남자들은 드센 여자를 얻으며, 좋은 여자는 건달 같은 사람을 선택한다. 이건 그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보수적인 틀에 매여 있는 것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좋은 남자가 좋은 여자와 결혼했다면 나는 그들의 2세가 나쁜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사회가 발전하고 빈부격차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