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9 골든글로브 최다부문 노미네이트, 브래드 피트 주연·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화로
출간 86년 만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을
원작소설과 명품 그래픽노블로 만난다!
"내가 쓴 가장 재미있는 작품"-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T. S. 엘리엇 등과 함께 1920년대를 주름잡았던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로 유명한 그가 1922년 초 대단한 열정을 쏟아부어 탈고한 뒤 '내가 쓴 가장 재미있는 단편'이라고 자평한 소설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라는 작품이다. 피츠제럴드가'기묘'하긴 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단편 중 하나'라고 선언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시간이 거꾸로 가는 한 남자의 인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일흔 살의 나이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점점 젊어지는 남자다. 그는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루고 가문의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지만 안타깝게도 가족과 친구, 전우 등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과 평생의 시간이 어긋나게 된다. 말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며 럭비 팀에서 활약하기도 하며, 실제 나이가 일흔 살에 가까워지면서는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 되어 지나온 70년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게 된다.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그래픽노블로 재구성한 이 책은 원작에 충실한 각색, 인물의 생생한 감정 표현, 당대 모습의 빼어난 재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러스트레이터 케빈 코넬은 느슨한 선과 세피아 톤의 수채화로 당대의 모습을 훌륭하게 재현했는데, 세피아톤의 색감과 표현력 강한 연필선이 작품에 잘 어우러진다. 당시 신문을 펼쳐놓은 부분 묘사에서 예일 대학교 럭비 팀을 상대로 터치다운 일곱 번을 기록하는 벤자민의 냉혹한 눈빛에 이르기까지 페이지마다 매혹적인 그림들로 가득하다. 일러스트들은 원작의 텍스트를 압도하지 않는 선에서 절제하며 완벽하게 글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또한 어둠과 공포, 자기만족, 분노, 슬픔, 독선, 기쁨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벤자민 버튼과, 날이 갈수록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주변 인물들의 감정 굴곡도 얼굴에 매우 잘 표현되어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세븐> <파이트클럽> <조디악>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틸다 스윈튼 등과 함께 이 단편을 영화화하여 좋은 평을 얻었다. 국내에는 2009년 2월 개봉예정.
70살의 나이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남자의 놀라운 인생과 사랑
무덤에서 요람까지,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생길까?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집필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한 남자의 인생만을 놓고 행한 실험인지라 공정한 시도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재즈 시대의 이야기들》에 부치는 글, 스콧 피츠제럴드
"전지전능한 신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적에 내가 그분을 보조할 수 있었으면 인간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즉, 늙은 몸으로 삶을 시작하도록 만들었을 겁니다. 늙은 몸으로 태어나 노년의 비탄과 무분별로 삶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까요! 시간이 갈수록 젊어진다면 나이 먹는 것을 꺼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늙어가는 게 아니라 젊어지는 삶을 살게 되니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여든이 아니라 열여덟 살의 상태로 나아가는 삶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맞습니다. 신께서는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한 겁니다. 지금이라도 내 도움을 받아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죠."
- 앨버트 비글로우 페인의 《마크 트웨인의 전기》(1912), 마크 트웨인
신은 마크 트웨인의 도움을 구하지 않았으나, 피츠제럴드는 위 글을 읽고 멋진 스토리를 구상해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늙어가는 대신 젊어지는 삶이 트웨인이 언급한 것처럼 그리 즐거운가에 대해 보다 생각을 확장해서 쓴 작품이며, 그러한 삶의 보다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 트웨인과 대화를 나눈 과정인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외되는 대신
약점을 강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킨 남자, 벤자민 버튼!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의 삶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세상이 특이한 벤자민을 얼마나 두려워했는가가 아니라 벤자민이 얼마나 철저하게 세상 적응에 성공했는가이다. 존 게리가 깊은 통찰력으로 관찰한 바와 같이, 벤자민 버튼의 삶은 '흥미로운 매력'으로 넘쳐난다. 벤자민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외되는 대신 대단히 성공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세상의 다수를 이루는 이들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그들의 기준에 맞춰 살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벤자민 버튼은 가문의 철물도매사업을 크게 번영시켰고, 1898년도에는 산 후안 언덕에서의 공로로 훈장을 받았으며,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당대 유행하는 춤의 달인이 되었다. 1910년에는 하버드 럭비 팀의 일원으로 경기에 출전하여 예일대 럭비 팀에 대항, 터치다운 일곱 번과 필드 골 열네 번을 기록했다. 평범하게 나이를 먹어간 동시대인들은 그런 벤자민을 지켜보며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 존 게리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매력>
이 작품에 내재해 있는 중대한 역사적·철학적 개념들로 인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대단히 유쾌하고 멋지며 흥미로운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 스스로에 대해 혹은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이 지닌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1974년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이래
스크린에서 만나는 두 번째 피츠제럴드 작품
- 브래드 피트 & 케이트 블란쳇 주연,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로 재탄생, 2009년 2월 국내개봉
1922년 세상에 빛을 본 이래 오랫동안 냉담한 대우를 받았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새로이 평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 등 스타일리시 영상의 대가 데이빗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할리우드의 스타 브래드 피트가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 벤자민 버튼 역을 맡게 된 것이다.
1974년 로버트 레드포드가 흰 플란넬 셔츠를 입고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한 이래, 피츠제럴드의 작품에 또 다시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스코트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이 탄생한 지 86년 만인 2008년에 '벤자민 버튼' 이야기가 메이저급 영화로 재탄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이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와 평생의 시간이 어긋나게 되는 슬프고 신비로운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드라마로, 원작의 '로맨스'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속으로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누구세요?
태어난 지 몇 시간밖에 안 된 처지라 내가 누군진 나도 몰라요. 내 성이 버튼이라는 것밖에는.
거짓말! 얻다 대고 사기를 쳐!
갓 태어난 자식을 따뜻하게도 환영해주시네요. 간호사, 사기 아니라고 말 좀 해줄래요?
사실입니다, 버튼씨. 선생님 아기 맞으니까 알아서 보살피세요. 조속히 집으로 데려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집으로?
그것 참 반가운 소리네요. 여긴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아기에겐 적당하지 않아요. 하나같이 저렇게 악을 쓰고 울어대서 한숨도 못 잤어요. 간호사에게 먹을 걸 좀 달랬더니 겨우 우유 한 병 주더군요!
pp. 20-21
등이 굽었음에도 벤자민 버튼은 키가 173센티나 되었다. 아기를 봐주기로 한 유모는 벤자민을 보자마자 크게 화를 내며 버튼 씨 댁을 나가버렸다. 하지만 버튼 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벤자민이 아기니까 아기답게 굴어야 한다고 여겼다. 벤자민이 데운 우유를 거부하자 버튼씨는 그럼 굶으라고 했지만, 결국 한발 물러나 버터 바른 빵에 이어 오트밀까지 허용했다.
어느 날 버튼 씨는 벤자민에게 딸랑이를 사다주며 단호한 어조로 "갖고 놀아"라고 말했다. 벤자민은 따분한 표정으로 딸랑이를 받아들고는 낮 동안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흔들어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 물론 벤자민에게 딸랑이 놀이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무료함을 달랠 다른 재밋거리들을 찾아냈다.
이를테면, 어느 날 버튼 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자신이 전보다 시가를 많이 피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며칠 뒤 아기방에 불시에 들이닥쳐 방 안 가득한 연푸른 담배 연기를 보고 누구 짓인지를 알게 되었다. 벤자민이 죄스러운 표정으로 하바나 시가 꽁초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호되게 엉덩이를 때려야 할 잘못임에도 버튼 씨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고, "성장에 해롭다"라고 경고하는 정도로 그쳤다. pp. 36-37
병원을 나온 뒤로 벤자민은 주어진 삶을 살아갔다. 아버지가 데려온 동네 꼬마들과 함께 오후 내내 뻣뻣한 관절에 무리가 가도록 팽이치기와 구슬치기를 했다. 그러다가 새총을 잘못 쏴서 돌멩이로 주방 창문을 깼는데 아버지는 은근히 기뻐했다. 그 뒤 벤자민은 매일 뭔가를 일부러 깨뜨렸다. 자신이 말썽 피울 나이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고, 천성이 순종적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벤자민에 대한 반감이 차차 누그러지면서 손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무척 즐기게 되었다. 그들은 몇 시간씩 한 자리에 앉아 오랜 벗처럼 자질구레한 일상사로 중얼중얼 얘기를 나누었다.
벤자민은 자신의 감성이 겉모습처럼 원숙함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당황했다. 의학 저널을 뒤져보았지만 자신과 같은 사례는 보고된 바 없었다. pp. 42-43
그는 걱정이 되어 거울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살펴보았다.
"맙소사!"
세월을 거스르는 외모 변화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분명했다. 지금 그는 서른 정도로 보였다. 기쁘다기보다는 불안했다. 신체 나이가 실제 나이와 같아지면 그 시점부터는 출생시부터 이어진 괴이한 현상이 멈추기를 바랐건만. 앞으로도 이런 변화가 계속되리라는 생각이 들자 끔찍했다. pp. 85